[마켓인사이트]KDB생명 '마지막 펀딩 고비' 넘을까..구주만 매각할 가능성도

입력 2020-10-27 07:00  

≪이 기사는 10월26일(0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DB생명 매각전이 마지막 투자자 모집의 고비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옛 금호생명을 억지로 떠안아 10년간 운영해 온 산업은행은 이번에 KDB생명에서 손을 떼고 싶어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을 관리하는 산은 PE실은 현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JC파트너스의 우협 지위가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산은은 작년 말 네 번째 KDB생명 매각작업을 시작해서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제시한 JC파트너스와 인수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지난 6월 맺었다.

KDB생명은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운용사(GP)로 참여하는 PEF가 소유하고 있는 형태다. JC파트너스와 산은은 최근까지도 KDB생명의 기존 주식을 2000억원에 JC파트너스가 새로 꾸리는 펀드에 넘기고, JC파트너스 측에서 확보하는 투자자금으로 KDB생명에 신주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JC파트너스는 당초 35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앵커LP 있지만.. 추가 펀딩 난항
JC파트너스가 당장 수천억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출자자(LP)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고, 이 구상의 핵심에는 산은과 함께 새 펀드의 앵커 LP가 되어 주기로 했던 우리은행이 있었다. 2000억원의 구주 대금은 산은이 절반 가량(1000억원) 받고, 나머지는 기존 펀드의 출자자였던 국민연금과 코리안리 금호석유화학 등에게 돌아가는 구조였다. 그리고 신주 유상증자를 하는 3500억원 중에 최대 1000억원은 다시 산은이 출자할 예정이었다.

산은은 투자 펀드만 갈아끼우는 모양새인데, 이렇게 함으로써 공동GP의 지위를 포기하고 추후 유상증자 참여에서 발을 빼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은 산은보다 위 순위로 500억~1000억원 가량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JC파트너스는 산은과 우리은행의 출자만으로 부족한 나머지 자금을 더 조달해 유상증자 대금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 펀딩 과정이 순조롭지 못한 채로 우협 기간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에서는 JC파트너스가 홍콩에서 LP를 확보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으나, 최종 투자확약서(LOC) 확보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저금리와 회계처리 방식 변경 등으로 생명보험사의 업황 전망은 전체적으로 밝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JC파트너스가 제시한 공동재보험이나 자산운용 효율화 등 다양한 비전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이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다. 처음에 거론된 칼라일과의 자산운용 등 협업 카드는 아직 살아 있지만, 칼라일이 투자를 직접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JC파트너스로서는 아쉬운 요인이다. 작년 말 매각작업 시작 당시에는 없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한층 공고해 진 것도 악재다.

우협 지위를 더 연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연장할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KDB생명 매각전이 "투자자 모집 마지막 단계"라며 "연말까지 매각 종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음이 급해진 산은에서 추가 펀딩이 종료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구주매각 만으로 SPA를 체결하자고 했다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구주 매각대금도 당초 알려진 2000억원 대신 1500억~160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상 산은과 우리은행 자금만으로 거래를 하겠다는 뜻이다.

◆구주매각만으로 SPA 가능할까
구주매각만으로 SPA를 체결하는 것은 파는 당사자인 산은과 인수자인 JC파트너스 간의 협의로 결정할 일이나, 여러 문제가 파생되는 만큼 쉬운 선택은 아니다. KDB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서도 자본 여력이 크지 않은 곳이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新)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회사의 생사 여부에 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인 유상증자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이 매각을 실행한다면, 향후 시장이 좋아져서 펀딩이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산은이 KDB생명을 '손절'하겠다고 하는 형국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자체 PEF 조직인 KDB인베스트먼트를 만들어 대우건설을 넘겼다. 대우건설이 산은 영향권에 있다는 실질은 변하지 않지만 이러한 이관 자체가 해당 회사와 매각작업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 회장의 소신이다. 같은 이유로 KDB생명도 '형식적'으로나마 은행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한다는 게 산은 안팎의 해석이다. 최소 수천억원 유상증자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그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JC파트너스와의 계약에서 새 회사명에 'KDB'가 들어가선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증 참여는 안 하련다'는 뜻이다. 공적인 역할을 중시하는 산은에서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상당한 반발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이러한 구주매각 아이디어가 실행되려면 LP 참여를 약속한 우리은행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은행에서는 "당초 구상과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GP인 칸서스자산운용의 반대도 부담이다.

다만 아직 JC파트너스의 펀딩 성사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한 기관투자가는 "이종철 대표가 간단히 물러설 사람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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